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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의 고양이

category 일상, 생각 2017. 2. 15. 18:00


우리집 뒷마당엔 항상 놀러오는 길고양이 한마리가 있다. 아니 그냥 눌러 산다고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어릴때부터 고양이를 참 좋아해서 많이 키웠는데 언제부턴가 안키우게 됐다. 나는 자유방임주의라서 고양이는 방에 가둬 키우지 않고 마당에 풀어놓고 키우는데 고양이들은 이상하게 나이만 좀 먹으면 집을 나가버린다.



정들면 나가고 정들면 나가고. 알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고양이 애교는 개랑 비교가 안된다. 정말 요물이다. 사람을 들었다놨다 가지고 논다. 그래서 정떼기가 힘들다. 나는 그게 참 적응이 안돼서 어느 순간부터 고양이를 안키우게 됐다.



아무튼 뒷마당 구석테라스를 제집처럼 사용하는 길고양이가 얼마전 새끼를 낳았나보다. 갑자기 식구가 다섯마리가 늘어서 나타났더라. 여기가 진짜 지네집인줄 아나. 가까이 가면 도망가서 만지지는 못하지만 구경은 실컷 할 수 있다. 고양이는 참 능글맞은게 도망을 가도 꼭 후다닥 안간다. 내가 다가가는 속도만큼만 느릿느릿 멀어진다. 꼭 놀리는 것처럼.



새로 나타난 얘네들 노는거 보고있으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얘네들은 아직 어려그런가 조금 가까이가도 잘 안도망간다. 물론 1미터 이내로 접근하면 줄행랑 치지만, 1미터 거리만 지켜주면 언제든지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오늘은 둘이서 여명의 눈동자 놀이를 하고 있길레 잽싸게 폰카로 촬영해봤다.



"나 내일 떠나옹~ 살아있어라옹~"

ㅋㅋㅋ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너무 애틋하다. 내가 안아올려서 넘겨주고싶지만 가까이가면 도망갈거니까... 아니 그보다 고양이주제에 그정도 담장도 못넘어서 우짤라고.. 그래가지고 뒷집 할머니 빨랫줄에 널린 고등어나 따먹을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