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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둘이 카페에서

category 일상, 생각 2017. 2. 20. 22:16


오랫만에 대학친구를 만났는데 비가와서 카페로 대피했다. 한 10여년 전만 해도 나는 남자끼리 그렇게 둘이서 카페에 오붓하게(?) 앉아 있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그런데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해보니까 그런거 아무도 신경쓰는 사람 없는 일상다반사더라.


미팅이나 회의때문에 만나는 사람들도 있고, 친구들끼리도 자연스럽게 들어가서 커피마시고 얘기하고. 그런걸 이상하게 생각했던 내가 오히려 민망했던기억이 있다. 촌놈 서울에 2년 살아보고 서울사람 다됐네.



생각해보면 내가 그런 선입견을 갖게 된 것도 부산태생이라 그런 것 같다. 부산싸나이들은 남자끼리 그러고 있으면 다른 친구들이 서로 막 놀리기 바빴으니까.. 요즘은 모르겠다. 나 때는 그랬는데.


지금은 한술 더떠서 아예 혼자서 술집도 가고 영화도 보러다니는 혼술족, 혼영족(?) 이런사람들도 많아졌다고 하는데, 나는 혼자 밥먹는 정도는 예전부터 아무렇지 않게 했지만 영화까지는 아직 내공이 안된다.



사실 남한테 피해 안주고 내가 하고 싶은 거 한다는데 남 눈치보는 게 이상하긴 한거다. 외국은 혼자 문화생활 하는게 원래부터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가까운 옆나라 일본만해도 혼자서 밥먹는 정도는 옛날부터 아무렇지 않은 일이었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사람들 보면 참 그렇게들 수근수근 댄다.


요즘은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불과 얼마전 사람들 인식은 혼자서 밥먹고 있으면 그 사람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걸로 여겼던 것 같다. 성격상으로든 뭐든 뭔가 하자가 있어서 친구도 지인도 없이 혼자서 저렇게 궁상맞게 다닌다고. 또는 남자끼리 다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뭔가 하자 있어서 여자도 못만나고 남자끼리 저러고 다닌다고.


모르겠다. 요즘 정말로 인식이 많이 바뀐건지, 아니면 그냥 1인가구가 많아지다보니 어쩔수 없이 혼자 다닐 수밖에 없는 걸 스스로 태연하게 여길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뿐인지.

혼술족, 혼영족이 뉴스에 나오고 인터넷 신문에 나오고 한다는 자체가 세상이 아직은 그것을 특별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니까.


선입견이란 게 그런것 같다. 한번 박히기는 쉽지만 그게 없어지는데는 10년이 걸릴 수도 20년이 걸릴 수도 있다. 오랫만에 남자끼리 카페에 와서 세상의 선입견보다는 나 자신의 선입견을 먼저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비가 오니까 글이 쓸데없이 감상적이 돼버린 것 같다. 비 그치고 나서 보면 오글거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