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바둑 격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바둑은 혼자 두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바둑은 둘이 두는 건데 이게 무슨 격언이냐 할 수 있겠지만, 이 말의 의미는 바둑은 결코 내 생각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바둑은 한 수 한 수씩 상대방과 번갈아 수를 나누는 게임이다. 내가 아무리 멋진 수순을 계산해도, 상대방이 내가 생각한 수순으로 둬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초심자들이 주로 하는 실수, 작전을 기가막히게 짠다. 내가 이렇게 놓으면 상대방이 이렇게 놓고... 이렇게 이렇게 하면 오예~ 여긴 내집! 이런식으로. 하지만 상대방은 결코 내 생각대로 둬주지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초심자만이 이런 실수를 하는 것이 아니다. 바둑을 보면 그 사람의 인생도 성격도 보인다고 한다. 자기밖에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은 바둑 몇년을 둬도 저렇게 둔다. 이런 사람은 평생해도 바둑이 늘지 않는다.


그래서 바둑에서는 항상 상대방의 의중을 살펴야한다. 내 생각과 상대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하고 그것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때로는 타협하고 양보도 하고,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종종 꽉막힌 사람을 보게 된다. 모든 계획과 인간관계가 자기중심적이다. 내가 이 수를 뒀는데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수로 응답해오지 않으면 화를 낸다. 내 생각대로 되지않는 모든 것을 비난한다.


'내가 곧 진리요 답이다'라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은 결코 고수가 되지 못한다. 또한 주변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그래서 결국 혼자가 된다. 


"바둑은 혼자 두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은 결국, 다른 사람의 생각을 고려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면 그 사람의 바둑은 평생 거기에 머물러 있게 된다는 뜻이다.